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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플레이를 통한 레오 14세 교황의 이미지 구축

십십 2025. 5. 30. 20:24

2025 5 8, 미국 출신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되어 레오 14세 교황이 되었습니다.

이는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의 탄생으로, 전 세계 언론과 가톨릭 매체들이 그의 취임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동시에 레오 14세 교황은 근대 이후 첫 아우구스티노회 출신 교황이며, 교황 프란치스코에 이어 두 번째 아메리카 대륙 출신 교황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력은 언론이 교황의 의미를 프레임화하는 데 중요한 소재가 되었습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바티칸 뉴스, 가톨릭 뉴스 통신(CNA),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NCR) 등 주요 가톨릭 매체들의 보도를 바탕으로 레오 14세 교황의 이미지를 어떻게 구축해왔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겠습니다

 

 

교황 이미지 구축을 위한 주요 언론 프레임

새 교황을 맞이한 가톨릭 언론들은 대체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톤으로 그의 이미지를 형성했습니다

 

1. “역사적인 첫 미국인 교황 프레임

 

레오 14세가 미국 시카고 태생의 첫 교황이라는 점은 가장 많이 강조된 특징 중 하나입니다.

가톨릭 뉴스 통신(CNA) 등 여러 매체는 그가 가톨릭 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임을 부각하며 역사적 의미를 조명했습니다.

미국 주류 언론들도 첫 미국 출신 교황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이 소식을 전했고, 교황의 국적과 문화적 배경에 주목했습니다.

동시에 페루 등 교황과 인연이 있는 다른 국가들의 언론은 그를 우리 출신 교황으로 묘사하며 자국과의 연결성을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페루의 한 신문은 레오 14, 치클라요의 아들(Habemus Papa peruano)”이라는 제목으로 그가 페루 시민권자이자 Chiclayo 교구장 출신임을 내세웠습니다. 이처럼 각 지역 매체들은 레오 14세를 자국 교회와 세계 교회의 가교로 포지셔닝하며 환영했습니다. 이는 새 교황의 등장을 교회의 세계화와 다양성의 관점에서 서사화하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한편, 레오 14세 교황 본인의 정체성과 관련해서는 국적보다는 그의 수도회 배경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NCR의 글로벌시스터스리포트는 여러 나라가 그를 자기 나라 사람으로 소유하려는 분위기를 전하면서, 정작 그의 핵심 정체성은 아우구스티노 수도자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교황은 특정 국가에 제한되지 않는 보편 교회의 인물이며, 수도자적 영성과 국제 선교 경험이 그의 리더십을 형성했다는 프레임입니다.

이러한 보도는 교황의 다문화적 배경을 긍정적으로 부각하면서도, 교황직의 보편성과 영적 측면을 놓치지 않으려는 균형을 보여줍니다.

 

2. “소탈한 인간미와 겸손한 목자 프레임

 

레오 14세 교황의 소박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이야기도 반복해서 등장했습니다.

그의 일상적 모습과 겸손한 성품을 보여주는 일화들은 언론이 교황을 친근하게 이미지화하는 데 크게 활용되었습니다.

이탈리아 헬스장의 트레이너 발레리오 마셀라(왼쪽)와 교황 레오 14. 교황이 추기경 시절 일반 회원 로버트로서 조용히 운동을 다닌 일화는 그의 겸손하고 인간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특히 화제가 된 것은 헬스장 트레이너 일화입니다.

교황이 되기 전 바티칸 인근 헬스장에 일반인 회원으로 다니면서, 트레이너조차 그의 정체를 몰랐다는 이야기인데요.

이탈리아 출신 트레이너 발레리오 마셀라는 교황 선출 소식을 TV로 보고서야 그가 자신이 가르치던 회원님이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당시 추기경이던 레오 14세는 헬스장에 로버트라는 평범한 이름으로 등록했고, 직업을 묻는 질문에도 매우 바쁜 사람이라고만 답하며 신분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트레이너는 그를 회상하며 항상 친절했고, 화를 내거나 짜증 내는 법이 없었으며, 정말 차분하고 균형 잡힌 분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심지어 그 나이에 믿기지 않을 만큼 체력이 탁월했고, 근육량과 골밀도, 체지방 비율이 매우 이상적이라며 전문 트레이너로서 그의 건강 상태에 감탄했다는 평가도 전해졌습니다. 이러한 일화는 언론을 통해 널리 퍼지며 교황의 겸손한 성품과 자기관리 이미지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마셀라 트레이너는 교황님이 우리 회원이었다니 기쁨이 두 배, 세 배였다, 새 교황의 인간적인 면모에 주변인들이 느낀 친밀감과 자부심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언론들은 이 에피소드를 통해 교황을 권위적인 성직자라기보다 우리와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그려내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밖에도 교황의 취미 생활과 소탈한 습관을 조명하는 보도가 많았습니다.

예컨대 여러 매체는 레오 14세가 테니스 애호가이자 운동 광이라는 사실을 흥미롭게 다뤘습니다.

그는 추기경 시절  1회 테니스를 즐겨 쳤고 교황으로 선출된 후에도 바티칸 내 테니스 코트를 자주 이용할 계획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취임 직후 이탈리아 테니스 스타인 야니크 시너를 만나 라켓을 선물 받고 기뻐했다는 일화도 전해졌습니다. 또한 열렬한 MLB 시카고 화이트삭스 팬이라는 개인적 취향까지 기사화되어, 그가 스포츠를 사랑하는 친근한 신자와 같은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이러한 보도를 통해 독자들은 교황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고, “우리와 웃고 운동하는 교황의 이미지를 갖게 됩니다. 다만, 현실을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은 테니스나 고가의 개인 PT를 받기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세속적인 교황은 신의 대리임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한편, 재난 현장에서의 헌신을 보여주는 일화도 교황의 인간미를 부각하는 데 활용되었습니다.

NCR 등 진보 성향 가톨릭 언론들은 레오 14세 교황이 페루 치클라요 교구장을 지낼 때 폭우로 인한 홍수 현장에 직접 나가 주민들과 고통을 함께 한 모습에 주목했습니다. 교황 선출 직후 SNS상에서 화제가 된 진흙 장화 신은 교황 사진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한 손에는 묵주, 발에는 진흙투성이 장화를 신고 무릎까지 물에 잠긴 거리에서 침수 피해 주민들을 살피는 모습은 전 세계에 빠르게 공유되며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현지 가톨릭 자선단체 관계자는 이 장면에 대해 그분은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현실을 이해해주는 분이라고 칭송했습니다. “사람들과 가까이 있으면서 그들의 고통을 나누는 인간적인 목자라는 평가처럼, 언론은 그를 민중 속에 섞여 진흙을 마다않는 사목자의 이미지로 그렸습니다. 이러한 목가적(牧家的) 서사는 프란치스코 교황 때부터 강조되어 온 냄새 나는 양의 목자 이미지를 레오 14세에게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진흙 장화는 보여주기식 사진이었고, 이미 홍수가 거의 끝난 상태에서 남긴 언론플레이로 판명되었습니다.

 

3. “개혁 계승자이자 소통하는 리더 프레임

 

레오 14세 교황에 대한 또 다른 주요 프레임은 전임 교황 프란치스코의 개혁 노선을 계승하는 소통형 리더라는 이미지입니다.

이는 주로 바티칸 관영 매체와 중도·진보 가톨릭 언론에서 강조한 부분입니다.

바티칸 뉴스는 새 교황의 첫 행보를 전하면서, 그가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등장해 이탈리아어로 모두에게 평화가 함께하기를!이라고 인사한 장면을 부각했습니다. 이 인삿말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과거 사용했던 표현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새 교황이 이를 택한 것은 평화와 겸손을 중시한 전임자의 정신을 잇겠다는 신호로 해석되었습니다.

 

실제로 레오 14세 교황은 취임 후 내놓은 메시지와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여러 차례 인용하며 자신의 개혁 방향이 프란치스코가 추진했던 현대화와 포용의 연장선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예컨대 교황은 추기경단 첫 공식 연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근대화 개혁 노선을 따르겠다. 교회를 모든 신자에게 열린 포용적 공동체로 만들고, 가장 버림받은 이들에게 다가가는 교회가 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또한 그는 2차 바티칸공의회의 개혁 정신에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교회의 현대화를 향한 노력이 시대적 요청임을 역설했습니다. 이는 자신이 공의회 세대의 산물(“Vatican II의 아들”)임을 나타낸 것으로, 전임자의 개혁 기조를 적극 계승할 뜻을 내비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 뉴스 통신(CNA)도 유사한 맥락에서 교황의 리더십 스타일을 조명했습니다. CNA는 오랜 동료였던 마린 주교(시노드 사무차장 겸 아우구스티노회 주교)의 증언을 인용해, 레오 14세 교황이 책상 뒤에 앉아 통치하는 분이 아니라, 직접 사람들을 만나러 나가는 분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또한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몸소 체현한 분이라며, 친교와 참여를 중시한 공의회 ecclesiology를 깊이 받아들였음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레오 14세는 추기경 시절부터 시노드ality(공동합의성) 개혁에 적극 참여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노드 대의제 추진 3년 과정에 모든 단계에 활발히 관여하며 교회를 더 참여적이고 덜 성직주의적으로 만드는 일에 힘써 왔다는 평입니다. 이는 아우구스티노회 영성이 본래 synodal(공동체적) 성격을 지닌다는 언급과 함께, 새 교황의 수도자적 리더십이 수평적 소통과 형제적 친교를 지향함을 뒷받침합니다.

CNA의 이러한 보도는 독자들에게 레오 14세를 경청하고 함께 고민하는 교황, 즉 권위적 지시자가 아닌 참여와 공감을 이끄는 리더로 인식시키려는 프레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보수 성향 매체들은 새 교황의 개혁 계승 의지에 주목하기보다는, 전임자들과의 스타일 비교를 통해 미묘한 차이를 읽어내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EWTN 계열의 내셔널 가톨릭 레지스터(NCRegister) 교황의 첫 등장 복장에 주목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이 선출 직후 베드로대성당 발코니에 나올 때 전통적인 빨간 모제타(mozzetta)와 흰 로케트(rochet)를 착용한 모습을 두고, 일부에서는 프란치스코보다 전통에 가까운 면모라고 해석한 것입니다. 프란치스코는 2013년 첫 등장 시 모제타를 걸치지 않고 단순한 흰 수단 차림으로 나와 파격을 보였던 바 있는데, 레오 14세는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 때의 전통을 따른 모습이었습니다.

이러한 겉모습의 변화를 두고 보수 가톨릭 일각에서는 새 교황이 전임자의 급진성과는 선을 긋고 보다 전통적인 노선을 밟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섣부른 추측에 대해 NCR의 마이클 Sean Winters 같은 평론가는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그는 새 교황의 붉은 모제타 착용에 보수 진영이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겉모습보다는 그가 공유하는 아우구스티노 영성 등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Winters 베네딕토 16세와 레오 14세의 흥미로운 공통점은 복장이 아니라 둘 다 성 아우구스티노를 사랑한다는 점이라고 언급하며, 피상적인 프레임에 대한 경계를 촉구했습니다.

 

요컨대 가톨릭 언론 전반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회교리적 개혁을 이어가면서도 교회의 전통과 영성을 존중하는 균형 잡힌 지도자로 이미지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교황 스스로도 자신의 이름을 레오로 선택한 배경에 레오 13세 교황을 떠올리며, 1891년 회칙 레룸 노바룸으로 근대 가톨릭 사회교리의 토대를 놓은 전임자에 대한 존경을 표명한 것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다시 말해, 언론은 레오 14세를 개혁의 연속성과 전통의 연결고리라는 프레임 속에 위치시키고 있습니다.

 

반복적인 수사 표현과 기사 내용의 특징

위에서 살펴본 프레임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가톨릭 매체 기사들에서는 몇 가지 공통된 수사와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  ○○ 교황: 앞서 언급한 대로 첫 미국인 교황, 첫 아우구스티노회 교황 등의 수식이 기사 도입부에 빠지지 않고 삽입되었습니다. 이러한 수사는 교황직의 새 지평을 강조함으로써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교회 역사의 상징적 순간임을 부각합니다.
  • 겸손과 친근함을 나타내는 형용사: “소탈한”, “친절한”, “차분한”, “균형 잡힌 등 레오 14세의 인품을 묘사하는 표현들이 반복됩니다. 트레이너와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인용하여 화를 내거나 짜증내지 않는 인품이라고 거듭 강조함으로써, 교황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고 신뢰감을 주입합니다.
  • 일상적 단어의 사용: “헬스장”, “테니스”, “야구”, “피자 등 일반 독자들이 친숙하게 느낄 만한 단어들이 기사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예컨대 시카고 현지 소식으로 교황이 앉았던 야구장 좌석을 기념 지정하고, 시카고 피자가 그의 이름으로 출시되었다는 등, 교황을 대중문화 속 인물처럼 묘사하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는 교황에 대한 관심을 가톨릭 신자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까지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 성경적/영적 언어와 비유: 교황의 행보를 전하면서 목자”, “양 떼”, “형제애”, “평화와 같은 단어도 빈번히 언급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교황의 첫 인사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는 성경 구절을 연상시키며, 그의 이름 레오를 설명할 때 레오 13세의 사회회칙을 언급한 것도 교회의 지속성과 교리를 강조하는 수사입니다. 또한 NCR 기사에서는 그를 진흙 속의 목자(‘a pope in muddy boots’)”라고 부르며 예언자적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했습니다.
  • 전임 교황 및 공의회 인용: 레오 14세의 말과 글을 전하는 기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나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문헌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노드 정신”, “공의회적 교회상”,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 등은 모두 프란치스코나 공의회의 키워드를 이어받은 표현들로, 새 교황이 교회의 일치된 흐름 속에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요약하면, 가톨릭 언론 보도들은 레오 14세 교황을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새로운 교황이자 겸손하고 친근한 인물, 그리고 개혁과 전통을 조화롭게 잇는 지도자라는 서사적 캐릭터로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이미지는 긍정적이고 고무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전략적으로 구성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구축된 이미지와 교회가 직면한 현실 과제들 사이에는 어떤 간극이 있을까요?

 

미디어 서사와 교회 개혁 과제 간의 괴리

가톨릭 언론들이 보여준 레오 14세 교황상의 대부분은 인물 개인의 매력과 리더십 비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교황에게 주어진 책무는 단순히 훌륭한 인간성과 포부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현재 가톨릭교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과 개혁 과제들은 언론 서사에서 상대적으로 주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과제와 언론 이미지 간 괴리를 짚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성직자 성범죄와 교회 투명성 문제: 지난 수십 년간 지속돼온 가톨릭 성학대 스캔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엄중한 문제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기간에 교회 내 학대 은폐가 폭로되고 일부 개선 조치가 있었지만, 피해자 그룹들은 여전히 미진한 대응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교황청과 세계 주교단이 과거 학대 사례에 어떻게 책임지고 재발을 막을 것인지는 레오 14세 교황이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하지만 초기 언론 보도에서 이러한 성학대 문제는 교황의 인간미 서사에 밀려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한 예로 교황이 주교로 있던 시절 학대 의혹에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한 심층 분석이나, 교황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언론은 친절한 교황님의 이미지를 전하는 데 집중한 반면, 정작 피해자들의 호소나 구조 개혁 요구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었던 것입니다.
  • 교회 내 개혁의 지속성과 한계: 레오 14세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을 계승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교회 구조 개혁이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 프란치스코 시대에 시작된 교황청 개혁(쿠리아 개혁)은 아직 완료되지 않은 과제들이 남아 있고, 바티칸 금융 투명성 문제나 부패 스캔들도 진행형입니다. 또한 세계적 교회 차원에서 시노드 후속 과정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는 보수-진보 진영 간 이견과 긴장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독일 등 일부 국가교회는 동성애 환대나 평신도 역할 확대를 놓고 국내 시노드를 통해 급진적 제안을 하는 중이고, 아프리카와 아시아 교회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형국입니다. Rorate Caeli와 같은 전통주의 성향 블로그에서는 일부 국가교회가 신앙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다며 교회의 내적 분열을 우려하기도 합니다. , 교회 내부의 통합과 교리적 일치성 회복이라는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중지향적 초기 보도들은 주로 교황의 긍정적 면모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이러한 구조적 딜레마에 대한 조명은 부족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이 평화를 열망하며 대화로 해결하자고 세계에 호소하는 장면은 강조되었지만, 정작 교회 내부의 평화를 어떻게 이루고 보수-진보 간 균열을 치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깊이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 여성의 역할과 젠더 이슈: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신도 여성들을 일부 고위직에 임명하고 부처 회의에서 여성 참여를 늘리는 등 제한적이나마 여성의 교회 참여를 확대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도 과거 주교성성(현 부제성) 장관으로서 주교임명 심사에 여성들을 참여시킨 혁명적 조치를 주도한 바 있어, 여성 역할 증진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실제로 NCR 보도에 따르면 주변 인사들은 레오 교황이 여성들의 역할 증대를 낙관하지만 교리상의 한계는 지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여성부제 서품 등에는 선 긋지만, 평신도 여성의 교회 봉사 확대에는 열려 있다는 의미). 그러나 여성들의 요구는 더 큽니다. 여성 서품 문제, 의사결정 권한 부여, 교회 내 성평등 등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새 교황 취임 직후 여성사제서품을 촉구하는 단체가 성 베드로 광장 인근에서 분홍색 연기를 피우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시위를 한 사실이 이를 방증합니다. 언론 보도에서는 이런 갈등 상황보다는 교황의 의중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데 무게를 두었고, 여성 신학자들과 평신도 단체들이 바라는 구조적 변화의 요구는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언론이 교황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나, 정작 교회 여성들이 처한 현실과 기대감을 대변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보도태도입니다.
  • 교황청 외교와 세계 정세: 레오 14세 교황은 취임 직후부터 우크라이나 등 세계 평화 문제에 목소리를 냈고, 외교무대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언론은 그를 평화의 중재자, “다리를 놓는 이로 칭하며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에 기대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한편으로 프란치스코 시대에 겪은 외교적 한계(예컨대 교황청의 중국와의 긴장, 중동 분쟁 중재의 난관 등)라는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 앞에는 전임자가 남긴 외교 현안들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교회 문제   이 산적해 있으나, 언론 보도에서는 이러한 구체적 외교 과제보다 새 교황의 평화 의지와 연설을 강조하는 데 그쳤습니다. 교황의 이상과 외교 현실의 괴리에 대해서는 후속 분석이 더 필요하지만, 초기 보도는 이러한 어려움보다는 희망적 이미지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정리하면, 언론이 그린 레오 14세 교황의 초상은 매우 호의적이고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현실의 복잡한 문제들을 흐릿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가톨릭 언론들은 새 교황의 인간적 면모와 비전을 조명하면서 독자들의 기대감을 높였지만, 정작 교회 내부의 구조적 난제들  성학대와 기강 문제, 개혁의 연속성과 반발, 여성의 위치, 교황청 재정과 투명성 등  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다루지 않거나 잠시 언급하는 데 그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괴리는 언론 프레임 속 교황 현실 세계의 교황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상적 인간미 서사의 전략성과 평가

특히 헬스장 트레이너 일화나 스포츠 취미담처럼 교황의 일상을 부각한 스토리텔링은, 새로운 교황에 대한 대중의 호감을 이끌어내는 전략적인 홍보 서사로 볼 수 있습니다. 교황청 및 가톨릭 매체들은 의도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확산시킴으로써, 교황을 성역화하기보다는 친근한 우리 동네 신부님처럼 느끼게 만드는 효과를 노렸습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 때부터 사용된 이미지 전략의 연장입니다.

예컨대 프란치스코가 취임 직후 일반 신자들과 식사하고, 자신이 쓰던 안경을 찾아 쓰며, 신문 구독을 직접 해지 전화했다는 등의 일화가 회자되었던 것처럼, 레오 14세 교황도 운동하는 교황”, “운동화 신는 교황 등의 일상적 면모로 친근하게 브랜딩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간미 중심 서사는 긍정적인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 신자들에게 교황청을 더 개방적이고 가깝게 느끼도록 해주며, 교회의 인간적 얼굴을 보여줌으로써 종교 지도자에 대한 친밀감과 신뢰를 쌓는 데 기여합니다. 또한 언론 입장에서도 독자들의 관심을 끌 흥미로운 이야기거리이기에 적극 다룰 유인이 있습니다. 사실 교황님의 근육량과 골밀도 같은 제목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요소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서사는 언론과 독자의 관심 접점에서 생산되는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전략성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교황청 홍보와 가톨릭 언론은 이런 이야기를 제공하고 확대함으로써, 새 교황에 대한 초기 이미지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구축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때로는 교회의 힘든 이슈들을 잠시 잊게 하는 이미지 마케팅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헬스장 일화에 사람들이 미소 짓는 동안, 교회 내 성직 남용 문제나 교리적 논쟁은 보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게 마련입니다. 물론 언론이 항상 무거운 이야기만 할 수는 없고, 새 교황의 인간적 면모를 보도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그 이면에 묻혀버린 의제들을 어떻게 균형 있게 다룰 것인가가 언론의 과제로 남습니다. 교황의 일상과 개혁 과제 둘 다 조명할 수 있어야, 독자들이 교황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NCR Winters 같은 평론가가 섣부른 내러티브에 교황을 가두지 말고, 그가 실제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자고 당부한 것도 이러한 맥락입니다. 그는 언론과 각계의 초기 반응들이 교황을 미리 짜놓은 틀에 끼워 맞추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서 레오 14세 교황의 행보에 따라 언론 서사도 조정될 것입니다. 첫 취임 한 달여간은 허니문 기간처럼 비교적 긍정 일색의 보도가 주를 이뤘다면, 이후 개혁 조치들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는 비판적 평가도 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 이미지와 현실의 교차로

레오 14세 교황의 등장은 가톨릭교회 안팎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언론은 다양한 프레임을 통해 그의 첫인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주요 가톨릭 매체들은 역사상 첫 미국인 교황이자 선교적 수도자, 소탈하고 인간적인 목자, 프란치스코 개혁의 충실한 계승자 등의 모습을 부각하며 독자들에게 희망적인 기대감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러한 이미지는 교황 개인의 장점을 부각하고, 현대 사회에서 친근하고 공감능력 있는 영적 지도자의 상을 반복해서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반복은 무의식 중에 사람을 세뇌하거나 현혹할 수 있는 위협임을 인지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동시에 이러한 미디어 내러티브가 실제 교회의 구조적 문제를 가릴 위험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론이 그리는 이상적 교황상과 교회 현실 사이에 간극이 벌어진다면, 나중에 실망으로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교황의 인간적 매력에 열광했던 대중이 정작 개혁이 지지부진할 경우 느낄 좌절감은 더 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언론은 시간이 지나면서 교황의 이미지 구축과 더불어, 그가 직면한 어려움과 한계도 투명하게 보도하여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레오 14세 교황의 진짜 이미지는 과학과 세상의 진실을 통해 누구나 알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가톨릭 언론들이 반복해온 수사와 프레임들은 마케팅 산물에 불과합니다.

가톨릭 언론은 장미빛 서사를 끊임없이 생산할 것이고 교황은 주변의 실수를 덮어주며 검은 속내의 지지자를 늘려갈 겁니다.

과거부터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가 아닌 세속적인 집단을 위한 리더십으로 이는 세상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언론 역시 교황을 하나의 이미지로 소비하는 데 머물지 않고,  행보를 날카롭게 점검하고 건설적으로 비판하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새 교황의 이미지를 다듬는 일과 교회의 어두운 그늘을 비추는 일 사이에서, 가톨릭 언론은 단 한번도 균형을 잡은적이 없습니다. 이 글을 읽는 일반 사람은 가톨릭의 그늘을 직시하고 이를 과학적, 사실 기반의 이야기로 바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라디오코리아 회원님이 왜 교황복을" 레오 14세 정체 몰랐던 헬스장 트레이너 https://m.radiokorea.com/news/article.php?t=world&uid=474158

 

참고출처 - 주요 가톨릭 매체 및 언론 보도 인용 (Vatican News, Catholic News Agency, National Catholic Reporter )
1. CNA: Who is Pope Leo XIV? (2025.5.8 
보도) 첫 미국인 교황 언급
2. Vatican News: Biography of Pope Leo XIV (2025.5.8) 
아우구스티노회 출신 교황 소개
3. NCR(Global Sisters Report): American? Peruvian? French? Augustinian... (2025.5.22) 
국가별 보도 경향
4. 
연합뉴스: 회원님이 왜 교황복을”… (2025.5.19) 헬스장 일화  익명으로 다닌 사실과 트레이너 증언, 트레이너의 교황 체력 평가, 교황 취미 관련 언급
5. NCR: 'A pope in muddy boots': Viral photos... (2025.5.20) 
홍수 현장 목회 이미지
6. CNA: Synod undersecretary: Leo XIV... (2025.5.22) 
시노드 정신과 소통 강조
7. NCR(AP
통신): Pope Leo XIV pledges to pursue the reforms... (2025.5.10) 프란치스코 개혁 계승 발언
8. OSV News: Pope Leo XIV: the peacemaker... (2025.5.12) 
첫 인사 평화가 함께 및 초반 행보
9. NCR(Opinion): Early reactions to Pope Leo XIV... (2025.5.16, M. Winters) 
모제타 착용 해석 논쟁
10. Rorate Caeli 
블로그: LEO XIV: Challenges... (2025.5.9) 교황이 직면한 과제 열거
11. TIME: Biggest Challenges Pope Leo XIV Faces (2025.5.8) 
성학대 문제 등 지속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