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슈퍼마켓이 아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든 종교는 하느님에게 이르는 길"이라는 발언이 특정 종교만의 진리를 고수하기를 바라는 가톨릭 신도들뿐 아니라,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의문을 자아내며 전 세계적인 논란을 일으켰다.
종교 슈퍼마켓이란
각자 취향에 맞는 종교를 선택하고, 때로는 여러 종교적 요소를 혼합해 개인의 편의를 위한 ‘신앙 상품’을 구입하는 식의 접근을 일컫는 것으로 이는 종교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종교적 신념의 깊이와 철학을 상품화하고 각기 다른 종교가 지닌 독자적 가치를 무너뜨리는 비판적 표현이다.
교황의 이번 발언은 '종교 슈퍼마켓'이라는 개념을 대변하며, 모든 종교를 단순한 선택지로 취급하는 위험한 사고방식을 보여준 것이다.
신앙은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의 선택이 아니다. 종교는 각자의 확고한 철학과 진리 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다종교 사회에서는 각 종교가 지닌 독자적 가치를 존중하고 서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싱가포르와 같이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곳에서 조차, 이 발언은 종교 간 갈등을 완화하기보다는 오히려 모든 종교가 무한히 대체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게 만들 수 있다.
‘종교 간 대화’와 ‘종교 슈퍼마켓화’는 명백히 다르다. 전자는 종교 간의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각 종교가 지닌 철학과 진리를 인정하며 대화하는 것이며 반면 후자는 종교의 본질을 손쉽게 선택하고 조합할 수 있는 상업적 개념으로 전락시키며, 종교의 진정한 가르침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신앙이란 절대적인 헌신을 요구하는 가치이며, 가변적인 사회적 유행이나 개인의 기호에 맞추는 것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교황의 발언은 경전의 엄숙한 진리를 상대적인 해석으로 만들어, 종교가 지닌 무게와 신성성을 희석하며, 궁극적으로 신앙을 혼란 속에 빠트릴 수 있다.
종교 지도자라면 절대적 진리의 가치를 지키고, 신앙을 진리와 신뢰의 기반 위에 두어야 한다.
신앙의 진리를 흔들 수 있는 발언을 공공연히 하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신자들에게 영적 혼란을 초래할 뿐 아니라, 종교를 하나의 ‘선택지’로 만드는 위험을 초래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