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은행과 교황청의 부패

가톨릭교회의 도덕적 권위 뒤에는 오랫동안 감춰진 재정 부패의 그늘이 존재해 왔다.

 

교황청 금융기관인 바티칸 은행(교황청립 종교사업연구소, IOR)은 수십 년간 각종 스캔들과 부정 의혹의 중심에 있었다.

성스러운 목적을 위해 설립되었지만, 현실에서는 돈세탁, 배임, 비자금 은폐 등 교회 재정 부패 사례들이 잇따랐다.

 

이러한 충격적 진실은 교회 내부의 감시 부재와 권력 남용을 드러내며, 가톨릭 쇠퇴를 바라는 이들에게는 그 근거가 되고 있다.

바티칸 내부에 자리한 바티칸 은행(IOR)의 외관. 요새처럼 두터운 이 건물은 오랫동안 교회의 비밀 재정을 지켜왔지만,

그 내부에서는 수차례의 부패 스캔들이 벌어졌다.

한때 이 은행은 투명성과 거리가 먼 운영으로 악명이 높았으며, 그 폐쇄적 구조가 부정 행위를 가능케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1. 바티칸 은행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2년 교황 비오 12세의 교서로 설립되었다. 본래 전세계 교회 자금을 관리하고 선한 사업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처음부터 높은 자율성과 기밀에 싸여 운영되었다.

사실상 교황청의 비공개 금고 역할을 하며, 외부의 감시나 국제 금융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독특한 지위를 누렸다.

이러한 밀실 운영은 시간이 지나며 부정과 범죄의 온상이 되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바티칸 은행은 교회 재정 은폐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수익과 지출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교회의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기 어려웠다.

 

2. 역사 속 드러난 교황청 재정 부패 사례

- 1970년대 마피아 금융가 연루
바티칸은 한때 이탈리아 금융업자 미케레 신도나를 자문역으로 고용했다. 신도나는 마피아 및 비밀결사 P2와 연계된 인물로, 1974년 그의 프랭클린 국립은행 파산으로 교황청이 약 3,500만 리라(약 2천만 파운드)의 손실을 입는 등 큰 타격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이미 교회 자금이 조직범죄와 얽혀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 1982년 암브로시아노 은행 사건
이탈리아 최대 은행 중 하나였던 암브로시아노 은행의 붕괴는 바티칸 은행 부패의 정점을 보여준 사건이다.

당시 바티칸 은행장 폴 마르친쿠스 대주교는 암브로시아노를 위해 보증서를 써주었고, 은행이 파산하자 이탈리아 당국은 그를 사기 파산 방조 혐의로 지목했다. 은행장 로베르토 칼비는 비밀 결사 P2의 회원이기도 했는데, 그는 유죄 판결 후 런던으로 도피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이 사건은 바티칸 은행이 마피아 자금 및 불법 거래와 얽혀 있음을 암시했다.

결국 바티칸 은행은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고 약 2억 2,400만 달러를 암브로시아노 채권단에 배상했다.

 

- 1990년대 나치 금괴 의혹
1999년에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바티칸 은행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와 크로아티아 우스타샤 정권이 약탈한 재산이 바티칸을 거쳐 숨겨졌다는 주장이었다. 이 소송은 교황청의 국가 면책특권으로 각하되었지만, 가톨릭 교회 재정이 역사적 전쟁 범죄와도 연루되었다는 충격적 의혹을 세상에 알렸다.

 

- 2010년 돈세탁 수사
이탈리아 당국은 2010년 바티칸 은행 계좌에서 2,300만 유로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확인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바티칸 은행이 자금세탁 방지법을 위반한 정황이 드러났고, 은행장 에토레 고티 테데스키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후 바티칸은 국제 기준에 맞게 금융 투명성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자금은 풀려났지만, 돈세탁 의혹은 전 세계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되었다.

 

- 2021년 최고위 인사의 유죄 판결
가장 최근에는 바티칸 은행의 전직 수장 앙젤로 칼로야가 부동산 거래를 조작해 거액을 착복한 혐의로 기소되어, 2021년 바티칸 법정에서 횡령 및 자금세탁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81세였던 칼로야는 징역 8년 11개월 형을 선고받아, 교황청 역사상 최고위급 성직자의 금융범죄 유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3. 바티칸 은행의 문제점

바티칸 은행이 이렇게 부패의 온상이 될 수 있었던 이유로는 허술한 규제와 교회 재정의 극비주의가 꼽힌다.

 

오랫동안 이 은행은 이탈리아 마피아 등 범죄조직이 돈을 세탁하는 은신처로 악용되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실제로 은행의 고문이나 중개인 중에는 마피아와 연결된 인물들이 있었고, 석연치 않은 거래들이 이루어졌다.

교회가 자체적으로 부패 혐의자들을 보호하며 재정 비리를 은폐해 온 결과, 성역 안에서 법망을 피해갈 수 있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암브로시아노 사건 당시 이탈리아 사법당국이 마르친쿠스 대주교의 신병 인도를 요청했으나, 바티칸은 치외법권을 이용해 그를 보호했다. 이렇듯 교회 스스로 부패 혐의자들을 감싸고 재정 비리를 은폐함으로써, 내부 고발 없이 묻히는 일이 다반사였다.

 

또한 2013년 이전까지는 한 번도 연례 재무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을 만큼 운영이 불투명했다. 2013년 전(前) 수석 회계사 누치오 스카라노 신부가 현금 2,000만 유로 밀반입 공모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그는 바티칸 안팎 계좌를 이용해 거짓 기부금 형태로 거액을 이동하려 했으며, 바티칸도 이후 그의 계좌를 동결하고 수사에 협조했지만, 고위층도 돈세탁 공모에 연루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4. 부패 스캔들에 대한 교회의 대응과 남은 의혹

2010년대에 들어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은행 개혁에 착수했다.

2010년 교황청 금융정보청(AIF)을 신설해 모든 바티칸 금융기관의 거래를 감시토록 했으며,

2012년에는 유럽 평의회의 머니발 평가를 자청해 국제 기준을 충족하려 노력했다.

그 결과 자금세탁 방지 분야 16개 핵심 항목 중 9개를 충족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여전히 절반가량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남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후 바티칸 은행의 수상한 계좌 수백 개를 폐쇄하고, 금융 전문가인 장바티스트 드 프랑수를 새로운 은행장에 임명했다. 또한 내부 보고 체계를 정비하고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도록 하는 등 투명성 제고 조치를 시행했다.

그 결과 바티칸 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연례보고서를 공개했고, 한때 동결되었던 수상한 자금을 정리하는 것 처럼 보였지만

그동안 계좌들이 어떻게 어디에 쓰였는지 명백히 밝히지 않아서 청렴하다는 평가를 유도했지만 실질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2023년 현재 바티칸 은행은 약 54억 유로 규모의 자산을 관리 중이며, 그 막대한 자금 운용이 모두 깨끗한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최근에도 교황청 국무원청의 런던 부동산 투자 의혹 등 추가 스캔들이 터지며, 바티칸 내부의 구조적 부패가 완전히 뿌리뽑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바티칸 은행을 둘러싼 교황청의 재정 부패와 돈세탁 스캔들은 가톨릭교회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남겼다.

 

신도들은 “교황청 부패” 사건들을 지켜보며 충격과 실망을 감추지 못했고, 교회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교회가 스스로 깨끗함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이 어두운 역사는 앞으로도 반복 검색되고 회자되며 가톨릭의 권위를 흔드는 요소로 남을 것이다.